1. 약을 먹는다는 것의 두려움
정신과 약을 처음 처방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‘두려움’이었습니다. “정신과 약은 무섭다”, “한 번 먹으면 못 끊는다”, “사람이 멍해진다”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기 때문이죠.
하지만 치료를 결심한 이상 약물치료도 중요한 한 축이었습니다. 그래서 저는 의사 선생님과 충분히 상담한 뒤, 소량부터 시작하는 방식으로 복용을 시작했습니다.
2. 약물치료의 시작 – 기대와 걱정
제게 처음 처방된 약은 항우울제와 수면보조제였습니다. 복용 초기에는 약효가 체내에 적응하기까지 2주에서 4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.
처음 며칠은 졸림, 입 마름, 두통 같은 부작용이 있었습니다. 하지만 대부분은 일시적인 초기 증상으로,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.
3. 약물 복용 후 변화
복용 한 달쯤 지나자 가장 먼저 느껴진 변화는 수면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. 밤에 뒤척이던 시간이 줄고,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피로감도 많이 사라졌습니다.
기분의 변화는 좀 더 천천히 왔습니다. 하지만 예전처럼 작은 일에도 감정이 요동치지 않았고, 하루를 무사히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.
4. 부작용은 있었을까?
솔직히 말하면, 모든 사람이 부작용을 겪는 건 아닙니다. 저의 경우도 초기 몇 가지 증상 외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.
대표적인 정신과 약물 부작용
- 졸림, 두통, 어지러움
- 입 마름, 변비
- 식욕 변화 (증가 혹은 감소)
- 성욕 저하
- 초기 불안 증폭 (일부 항우울제)
대부분은 1~2주 안에 사라지거나 약 조절로 해결됩니다. 부작용이 심할 경우엔 의사에게 솔직히 말하면 다른 약으로 전환도 가능합니다.
5. 약을 먹으면서 중요했던 점
- 규칙적인 시간에 복용하기: 약효 유지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
- 자기 상태를 기록하기: 감정, 수면, 식욕 등을 일기처럼 적기
- 중단은 반드시 의사와 상의: 스스로 끊으면 금단증상 가능
- 수치심을 내려놓기: 약을 먹는 나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
약을 먹는 건 나약함의 상징이 아닙니다. 내가 나를 회복시키기 위한 선택일 뿐입니다.
6. 약을 줄이고 끊는 과정
저는 약을 6개월간 꾸준히 복용했고, 이후 의사와 상담 후 서서히 용량을 줄였습니다. 갑자기 끊지 않고, 천천히 1/2 → 1/4 식으로 조절하자 금단 증상 없이 안정적으로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.
약을 끊고 나서도 한동안은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가 있었지만, 그때마다 상담과 일상 루틴을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.
7. 주변의 반응과 내가 배운 것
솔직히 말해, 주변에서 약 먹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. “너 약까지 먹는 거야?”라는 말은 상처가 되었지만, 나의 회복은 남의 인식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.
정신과 약물치료는 어떤 사람에게는 생명줄이 되기도 합니다. 그래서 더 이상 숨길 필요도,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.
8. 마무리 – 약은 도구일 뿐, 답이 아닙니다
약물은 ‘나’라는 집을 지탱해주는 하나의 기둥일 뿐입니다. 그 기둥이 있기에 나머지를 더 튼튼히 만들 수 있죠.
정신 질환은 약으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라, 나를 이해하고, 받아들이고, 천천히 바꾸는 과정이 함께해야 합니다.
당신이 지금 약물치료를 고민하고 있다면, 부디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해보시길 바랍니다.